토요일 정오의 기온은 2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찬바람 한 점 없이 따뜻했다. 몸을 감싼 코트가 두껍게 느껴졌다. 남의 예식장에서 넥타이를 풀 수 없는 노릇이라 담배를 태우고 난 뒤 코트를 벗어들고 돌아왔다. 익숙한 얼굴들이 곳곳에서 정한을 반겼다. 마주치는 눈마다 애써 반가운 표정을 지은 다음 시선을 피해 숨듯 구석 자리에 앉았다. 넌 왜 이렇게 구석에 앉았...
권순영의 결혼은 금세 큰 이슈가 됐다. 동기들은 순영이 일찍 결혼 할 줄 몰랐다고 떠들어댔다. “새 신랑이 한 턱 내!” 누군가의 큰 목소리에 권순영은 머쓱한 얼굴로 웃었다. 작은 얼굴에 민망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응시했다. 내 시선을 따라 권순영을 본 이지훈이 손등을 두드렸다. 왜. 소리 없이 묻자 이지훈이 입술을 올려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도 따라서 빙...
순영은 매일 새로운 사람이 된다. 정오가 되면 심야의 하늘보다 까맣게 지워지는 기억은 저주다. 자정에 마주한 얼굴은 다정하게 웃는 얼굴로 속삭이지만, 해가 뜨면 전부 사라진다. 낯설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 보이는 아침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무렵엔 어느 곳도 아프지 않았다. 정오의 우주 윤정한 권순영 아주 오래 전, 양가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협약은 강렬...
눈이 닿은 곳은 특이하게 보였던 가느다란 리본 끈. 검은색의 조끼 위로 맥없이 흘러내려와 있던 촌스러운 빨간색의 끈은 정한의 망막에 오래된 잔상으로 남아 시간이 지난 지금도 순영의 목 부근에 아른거리곤 했다. 대부분은 정한의 환각이었다. 눈앞의 적을 베고 돌아서는 순간 아직 허공에 머물러있는 핏방울이 오늘의 리본 역할을 했다. 말없이 몸을 맡겨오는 정한의 ...
식당은 가족 단위의 모임으로 어수선했다. 케이크는 냉장고 구석에 처박혀 있을 것이었고, 제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애인이 아닌 친구였다. 제육볶음은 달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 깨작거리는 젓가락질을 본 준휘가 순영의 앞에 놓인 제육볶음 접시에서 양파를 집어먹었다. "안 달아? 매운 거 좋아하면서." "별로네." 말과는 달리 깨끗하게 비운 밥공기가 웃겨 조금 웃...
어떤 추억은 차라리 머릿속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고, 케첩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떡볶이를 떠먹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윤정한 권순영 윤정한의 이름 석 자로 떠오르는 모든 추억들은 조미료처럼 강하고 중독성이 있어 시각과 청각, 때때로 미각마저도 정한을 떠올리게 했다. 가령 테이블이 유독 좁고 낮았던 가게에서 무릎을 붙...
시시때때로 반말할 기회 노리는 연하남친 김민규 보고싶다 근데 너무나 뼛속까지 유교맨인 형이 절대 틈을 주지 않음 장난으로 말 살짝 놔도 바로 눈 치켜뜸 ex : 형 팝콘 캐러맬? (쓰읍) (억울) 그래서 두고두고 참고참다 생일선물 다 거절놓고 딱 세번 반말할 기회 얻었음 그것도 처음 다섯번에서 까고 까였는데 (첨엔 아예 안됐음) 형 정말 이러기야? 에서 1...
전원우 이지훈 대학다니면서 서로의 망한연애 안될짝사랑 다 지켜봤는데 정신차리니까 둘이 연애하고있는거 보고싶음 ㅋㅋㅋ 물흐르듯 시작된 동거 고영 키우는데 죙일 집에서 작업하는 이지훈보다 회사원 전원우 더 좋아해서 약간 배신감 느끼는 지훈.. 고영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너 화장실 모래 누가갈아줘 내가 갈아주잖아 하고 말하는거 양치질 하러 가다가 듣고 뒤에서 쪼...
뜬금없이 과팅에서 만났음 좋겠다 영상전공 윤정한이랑 프랑스어 권순영 둘다 성적 맞춰 왔는데 대충 적성 맞아서 휴학 안하고 잘 다닐듯 순영은 정한 얼굴 알고 있었는데 첫 번째 이유는 대학내일 커버 한번 했어서고 두 번째는 정한네 조가 제출한 영상공모전용 영상에 좋아요 눌러달라는 동아리 선배 부탁 받고 들어갔던 링크 영상 속에서 본 얼굴이기 때문임 사실 한번 ...
흑흑 신 모시는 집 셋째아들 권순영 이상하게 잔병치레 잦고 영안도 약해서 다들 신 모시긴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서 제일가는 장군님 모신다는 석씨 할머니도 그림자 한번 못 뵈었다는 여우신 윤정한이 덜컥 업혀왔으면 좋겠다 순영 그냥 여우 다쳤길래 업어왔고 대문 들어섰는데 달려오던 어머니 그대로 털썩 주저앉음 정말 여우신이라 다친 척 했던거고요 아주 오래 전에...
추석맞이 명절음식 어느정도 하다가 귀찮아진 윤정한과 실험적인 권순영이 만나면 환상일듯 동태전 할려면 생선 얼마나 해야할지 물어보고 사왔어야됐는데 그냥 사와서 종갓집 제사상 차림에도 안올라갈정도로 부침 부쳐도 부쳐도 끝이 안나서 지쳐가지고 그냥 왕크게 부치기로 합의봐서 동태계란부침개함 산적꼬치 햄 게맛살 마늘쫑 꽂아서 하다가 색다른 재료 넣어보자는말에 결국 ...
2835란? 고셉 2019 EP.3에서 원홋이 떠먹여준 92년생(28세) 전원우와 35세 권순영 AU선연애 후동거순영은 출퇴근하고 원우는 프리랜서라 자택근무 하는데 일이 꾸준히 들어와서 집에 있어도 밤 자주 새고.. 밤낮 바뀌면 가끔 얼굴 못 볼 때도 있는데 아침마다 순영이 침실 문 열어보고 얼굴 확인하고 나가기 때문에 못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원우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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